미국 캘리포니아의 크로커중학교에서는 점심 급식시간에 기름진 음식을 배제하며 동양식 밥, 신선한 야채 약간의 닭고기로 식단을 짜 놓았고 무료 샐러드바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식단을 공급하고 있다. 이 식단은 캘리포니아주의 점심식사 프로그램의 한 일환이며 1년에 1조 7천억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이 투입되어 미국 어린이, 청소년의 먹거리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8-90년대부터 비만자가 증가하며 영양상태에 대한 문제를 찾기 시작한 미국은 현재 식생활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채식전문식당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고기대신 콩으로 만든 비지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미상원영양특별위원회 보고서에서는 늘어나는 암, 당뇨, 성인병환자들을 막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식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간이 육식을 시작한 시기는 현대문명이 발달하면서부터이다. 본래 인간은 채식이 적합하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예가 있다. 채식생활을 하였던 고대이집트인들의 치아 구조를 보면 송곳니가 날카롭지 않고 어금니가 크다. 또한 현대인의 치아구조도 채식동물의 그것과 비슷하며 내부기관도 초식동물의 구조와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럼 우리의 사정을 알아보자. 우리어린이의 먹거리 현주소는 어떠한가?
6살박이 보규는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세지, 돼지고기, 햄, 햄버거, 라면, 불고기라며 채소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외식을 하는 경우에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기름에 튀긴 닭고기를 먹는다. 그러던 지난해 봄 보규가 두통을 호소하여 병원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뜻밖의 진단을 내린 것이다. 보규의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성인의 기준치를 훨씬 넘은 261이 나온 것이다. 보규의 어머니는 당장 식단을 다시 짜기 시작하였다.
그럼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고기와 우유는 어떤 음식일까?
일본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생산하는 미에현 마스자카 소생산 농가를 찾아 가보았다. 농장은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이었으나 소들을 먹이는 몸구석구석 지방이 골고루 만들어지도록 적절한 양으로 계산된 곡물사료이고 축사는 근육이 발달하지 못하도록 이동이 불가능하게 비좁게 지어져 있었다.
호주에서는 정부의 수출장려로 소가 도살되기 3개월전 살을 찌우기 위해 집중사육장으로 보내진다. 미국에서도 현재 집중사육장에서 소들에게 곡물사료가 제공되고 있다.
소뿐만 아니라 닭이나 돼지들도 우리가 모르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사육되고 있다.
산란용 닭은 서있기 조차 힘든 철장에서 24시간 불빛아래에서 알을 낳는 기계로 둔갑하였고 식용닭은 20년을 살 수 있는 수명을 가지고 있지만 태어난지 35일만에 우리의 식탁에 놓이게 된다.
돼지 또한 꼬리와 같은 신체 일부분이 제거되며 학대와 더러운 축사에서 생명의 가치가 무시되며 살아가게 된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견디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과다한 양의 약물이 동물에게 투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70%의 항생물질이 건강한 동물의 성장촉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인간에 쓰이는 양의 8배이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동물에게 항생제가 투여되고 그 동물들이 식탁에 놓여지면서 우리들 또한 약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가축의 자유를 빼앗고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받는 대가로 우리는 부드러운 고기를 얻을 수 있지만 이 거래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가 완벽한 식품으로 알고 있는 우유.
우유는 과연 우리에게 인식되어진 대로 결점이 없는 식품일까?
미국의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에서는 미국식사지침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광고에 유명인들을 등장시켜 우유를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유를 흡수시키기 위해서는 유당소화효소가 이용되어 지는데 신체내부에서 이 효소는 인종마다 다르게 분비가 된다. 백인에게서 가장 많은 양의 분비가 이루어지지만 미국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무조건적으로 우유를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인종의 차이를 무시한 채 백인중심의 식단을 강요하는 처사이다.
우유에 대한 또 다른 선입견의 하나가 골다공증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하버드에서는 12년간 우유와 골다공증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7만7천명의 여성 중 일주일에 우유를 2번 마시는 그룹과 일주일에 1잔 이하를 마신 그룹을 12년간 연구한 결과 전자의 골절발생률이 45% 높은 것으로 나왔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결과이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이토록 우유를 권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은 현재 음식이 남아돌고 있다. 이 남아도는 음식을 소비하기 위해 낙동업계에서는 우유가 필수음식으로 생각하게 로비를 실시하고 있으며 식사지침서를 작성하는 조직에 또한 낙동업계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의 식단은 주로 먹이사슬의 낮은 단계의 식품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서구문화가 유입되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 식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예전에 누렸던 식단이 바로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 문화인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미래세대를 위한 조용한 혁명은 바로 식탁 위에서 시작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잘먹고 잘사는법 -제2부-
성인병을 막아내는 올바른 밥상문화
1) 서양의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성인병 - 당뇨병의 위험
LG 심성보(28)는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허기를 참지 못하고 때를 거르면 어지럼증을 느끼며 민감해지곤 한다. 과거 98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가 체력저하로 인해 구단에서 방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야 만 것이다. 그의 당뇨병은 집안의 지병으로 그의 아버지는 당뇨로 인해 혼수상태와 실명의 위기까지 겪었었다. 그러나 심성보 선수는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기에 그에게까지 당뇨가 대물림 되리라고는 집안의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라도 당뇨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선수는 어릴 때부터 당뇨에 좋다는 약은 무엇이든 먹어왔음에도 그는 당뇨병에 걸렸고 그의 혈당은 내려가지 않았다. 인슐린 주사에 의지해 평생을 살아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는 주사를 맞지 않고 혈당강화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당뇨병은 심성보 선수 뿐만 아니라 국민병으로 불리 울 만큼 그 발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백인문화에 설자리를 잃은 호주원주민들에게 전통이 사라지면서 다가온 서양의 음식들은 그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질병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빌싸이먼(호주 원주민 목사)
"서양음식들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뇨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퍼시 해롤드 (호주 어드벤티스트 보건의사)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원주민들은 술과 설탕, 지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원주민들 사이에서 당뇨병과 심장병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호주민들은 80세를 살아가지만 호주 원주민들은 40, 50대에 사망하게 됩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3분의 2이상이 당뇨를 앓고 있다.
일본도 식생활이 빠르게 변화한 나라로 인구의 13%가 당뇨로 고생하고 있다. 최근엔 청량음료의 소비가 늘어 나면서 당뇨와 비슷한 '패트병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까지 등장하고 있다.
노라 미쯔히꼬 (아사히 생명 당뇨 연구소 주임 연구원)
"음료수가 목을 지나갈땐 기분이 좋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다시 혈당치가 올라가 목이 마르게 됩니다."
문제는 청량음료 안에 들어간 당분이다. 설탕을 비롯한 모든 당분은 혈당을 급속하게 상승시킨다. 이때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함으로서 부담이 가중되는데 이는 췌장염, 당뇨등의 질환에 직간접적인 원인이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당뇨가 증가하는 또다른 원인은 바로 육식문화의 확산에서 오는 고지방 식사이다.
크리스토퍼 소덱 (미국 당뇨병 협회 회장)
"아시아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서양인과 다릅니다. 백인들의 경우 체질량 지수가 27일 때, 즉 외관상 비만일 때 당뇨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인의 경우 체질량지수가 24일 때부터, 당뇨의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적은 체중증가일지라도 당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성보 선수도 당뇨 진단 시 88kg, 체질량지수가 27을 넘은 상태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의 혈당은 235. 정상인 보다 무려 100이나 높다. 더 뜻밖의 결과는 500이 넘은 중성지방수치(514)였다. 정상인의 무려 3배를 초과하고 있었다.
손호영 교수(가톨릭 대학교 내분비과)
"중성지방이 500이 넘는다면 첫째 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둘째 급성췌장염의 위험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렇게 장기간 중성지방의 수치가 올라가게 되면 동맥경화증이 오게됩니다."
2) 서양의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성인병 - 고혈압의 위험
2001년 6월 고등학교 1학년인 하늘이는 매일저녁 아버지의 부항을 뜨는 일이 일상사가 되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아빠의 위태로운 건강, 아직 어린 하늘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불안감으로 밀려온다. 결국 지난 7월 하늘이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할아버지도 큰아버지도 모두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빠도 이미 세 번이나 쓰러진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늘이 아빠의 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혈압은 217에 114. 정상보다 무려 60이상이나 높았다. 이것은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고혈압을 앓기 시작한지 벌써 이십여년. 약에 의존해 방심하던 사이 그는 이제 네 번째 생명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성인병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 우리는 두 사람의 생활습관부터 들여다 보기로 했다.
3) 식습관을 고칠 몇 가지 단초들
(1) 육식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성인병을 부른다.
심성보 선수는 일상적인 흡연은 물론 매주 한 두 번은 가벼운 술자리가 이어진다. 식사는 자극적인 반찬에 흰쌀밥에 주류를 이루고 주변엔 설탕이 가득한 단 음식들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술과 흰쌀밥, 설탕은 모두 혈당을 생성시키는 주범이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것은 동물성 단백질이었다. (그는 운동 선수였기에 집에서도 늘상 고기를 챙겨 먹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손호영 교수 (가톨릭 대학교 내분비과)
"육식을 많이 하게 되면 단백질 섭취와 지방 섭취가 많아지면서 동시에 섭취하는 총칼로리가 많아지고, 그 많아진 칼로리를 적절하게 처리해줘야 하는데 심선수는 당뇨병으로 그럴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죠"
단체생활을 주로 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식생활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지난 10월 심 선수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식단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육식을 절제하고서도 체력 소모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일단 먹는 음식에 따라 체력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평상시대로 육식을 하고 나서 체력검사를 해보고 8일간 현미잡곡밥과 야채위주의 식사를 하고 나서 동일한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육식을 했을 때에 비해 체력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육식/채식 후 체력 비교
운동지속시간 : 육식-13분 48초 / 채식-14분 22초 (채식 후 34초 운동을 더 지속)
회복시간 (운동 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시간) :
육식 - 5분 45초 / 채식 5분 3초 (채식이 42초가 더 빠름)
이재구 교수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채식이 육식에 비해서 유산소 능력이 결코 떨어진다 라고는 볼 수 없고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의 운동생리학 분야에서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는 결과와 일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칼로리가 높은 육식이 왜 체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채식과 육식에 따른 뚜렷한 혈액의 차이. 그 속에 해답이 있다. (채식 후의 혈액은 맑고 투명한데 반해 육식 후의 혈액은 탁하다)
최진필 (서울 위생병원장)
"우리 몸 속에 들어온 지방질은 그대로 지방으로 있질 않습니다. 그것을 산화시키는 데에 또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뛰게 되면 우리 몸 신진대사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어 더 빨리 피로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고기를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힘이 난다고 느끼는가?
송인성 교수 (서울대 의대 내과)
"우리 몸 안에 십이지장에 센서가 있어서 지방이 많이 들어왔다고 느끼면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게 합니다. 위에서 연동운동을 억제하는 겁니다."
고기를 먹고 속이 든든하다고 느끼는 것은 소화에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고기는 장에서도 빨리 배출되지 못하고 부패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들은 우리 몸 안에 재흡수 된다.
모리시타 게이치 (국제 자연의학회 회장)
"육류는 대게 장안에서 부패하므로 장안에 오랜 기간 머무는 동안에 아민, 암모니아, 페놀, 유화수산, 엔돌 등 여러 가지 독소가 발생합니다"
손영기 (한의사)
"음식을 대할 때 이것이 맛이 있느냐, 몸에 좋으냐 이런 관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얼마나 흡수가 잘 되느냐 또 얼마나 해독이 잘 되느냐, 또 얼마나 배설이 잘 되느냐 이런 관점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전 필요하다고 봅니다"
육식문화의 본고장인 서양에서도 고기를 먹기 전에 풍성한 샐러드와 빵으로 배를 채운 후에야 고기가 나온다. 몸에 필요한 음식부터 먼저 먹기 위한 음식 문화의 진리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고기로 먼저 배를 채우는 습관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잘먹었다는 의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몸은 야채에 담긴 섬유질을 필요로 한다. 섬유질은 유산균을 활성화 시켜 장의상태를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독소를 흡착해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또한 섬유질은 포도당이 몸 안에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춘다. 당뇨병 치료에도 그만큼 효과적인 것이다.
손호영 (가톨릭의과대 내분비내과)
"저희 입원환자 경우에도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기 위해서 입원했는데 식사만 병원음식으로 바꾸고 나서 주사를 안 맞고도 당 조절이 잘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체력 테스트 이후 심성보 선수의 식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반찬은 고기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와 나물 중심으로 밥도 흰쌀밥에서 현미잡곡밥으로 바뀌었다. 절망 끝에서 발견한 치료의 힘, 그것은 가장 한국적인 밥상에 있었다. 심성보 선수의 길고 지루한 당뇨병과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2) 우리의 국물문화 과연 문제는 없는지...
20년 넘게 고혈압을 앓아온 하늘이 아빠 이재욱(45)씨, 그의 생활습관은 어떨까? 자주 피로를 느끼는 하늘이 아빠는 틈만 나면 자리에 눕는 버릇이 있었다. 음식은 야채를 빼곤 뭐든 잘 먹는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주말에는 늘 피자와 튀김 닭이 빠지지 않는다. 혈압 약은 매일 2알씩 정기적으로 복용하지만 그 효과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던 지난해 7월, 하늘이네는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중대한 결심을 하기로 했다. 아빠의 치료를 위해 가족 모두가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과거 생활습관을 반성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하늘이네 가족은 고혈압과의 기나긴 싸움에 들어갔다. 가족들이 선택한 방법은 기름진 음식의 절제와 규칙적인 운동, 그것은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의 시작이었다. 가족들이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은 두 달 후 그런데 혈압은 여전히 위험수위다. (201/104) 가족들의 실망은 컸다.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a. 소금섭취에 대해서
식생활의 변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늘이 아빠는 도시락까지 싸오고 있었다. 그런데 짭짤한 맛의 유혹, 그 중에도 가장 참기 어려웠던 건 얼큰한 국물의 유혹이다. 술은 끊었지만 끊지 못하는 국물의 유혹, 그 안에는 다량의 소금이 들어있다. 염분은 혈관을 급속히 수축시킬 뿐 아니라 압력도 높인다.
서일 교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짜게 먹는 것, 염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 이것이 주로 어떤 질병과 연관이 되냐면 고혈압과 직접 관련이 되고, 암중에서는 위암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은 권장량의 두 배 반, (한국인 1일 평균 소금 섭취량 15g / 권장량 6g) 그중 30% 이상이 국물과 함께 섭취된다. 위장벽을 직접 자극하는 염분은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위암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의 모든 음식을 끓여 먹는다. 이때 한식의 가장 큰 장점인 발효식품들은 어떻게 될까?
b. 산 음식을 죽은 음식으로 만드는 국물 문화
호서대 자연과학부 실험실. 끓인 청국장에 미생물 잔존여부를 알아본 결과 발효식품에 유익한 균들이 모두 죽어있었다. 생청국장에 풍부하던 단백질 분해요소들도 사라졌다. (30분 끓였을 때 )
김한복 교수 (호서대 자연과학부)
"청국장을 끓인 경우에는 핵산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핵산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뜻하죠" 비타민 B2 역시 절반이 파괴되었다.
나가야마 와키사와 (낫도 전문가)
"된장국에 들어가는 재료가 익은 후에 된장을 넣고 다시 끓이면 안됩니다. 이것은 일본인의 지혜로 된장에 들어있는 미생물을 가능한 한 죽이지 않고 몸 속에 넣자는 것이죠."
살아있는 음식을 푹 끓여 죽은 음식으로 만드는 국물문화.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끓여 먹을 때는 다 끓은 후 불을 끄고 발효식품을 넣어야 한다) 그것은 가난하던 시절, 국물을 푸짐하게 만들어 나누어 먹던 시절의 유산이다. 게다가 국물의 양 또한 문제다.
c. 국물은 음식의 저작활동을 방해한다.
송인성 교수 (서울대 의대 내과)
"국을 대접 채 들어 후루룩 마시는 건 저희 민족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랬을 때 위액이 희석되는 것 뿐 만 아니라 위가 과부하가 되는 거죠."
이제 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위산이 적게 분비되는 저산증 환자가 많다. 국물은 가뜩이나 부족한 소화액을 더욱 희석시킨다. 결국 소화되지 못하고 남은 음식은 위에서 부패되고 이는 위궤양, 위암의 한 원인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국물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 자연히 씹는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충분히 씹어 삼키면 음식이 잘게 부서져 소화가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위에 도착하는 반면 국물과 함께 먹은 음식은 전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이토 시게루 (일본저작협회 회장)
"씹지 않고 큰 덩어리로 넣으면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위가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그때, 먹은 음식이 소화되는 아니라 위에도 심한 자극을 주게 됩니다. 위염,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교토 생명과학 연구소 (타액실험 : 김치냄새로 침샘자극)
음식을 충분히 씹는 습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놀라운 효과가 있다. 그중 하나가, 음식 냄새로 자극을 받거나 씹을 때 생기는 타액이다. 이런 타액은 말할 때 나오는 타액과 달리 황산화제의 역할을 하는 독특한 성분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타액의 효과는 어느 정도 일까.
교토 생명과학 연구소에서 실험을 해 보았다. 한쪽에는 대장균과 활성산소를 넣고 다른 한쪽에는 여기에다 김치냄새에 자극 받아 나온 타액을 더해 하룻 동안 배양했다.
a: 대장균+활성산소 / b. : 대장균+활성산소+타액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이 에너지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다. 정상세포를 공격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노화에 원인으로 작용된다. 실험결과 타액을 넣지 않은 a는 활성산소가 대장균을 죽였으나 타액을 넣은 b는 활성산소가 없어서 대장균이 잘 자라고 있었다.
니시오까 하지메 (교토 생명과학연구소 소장)
"이것은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잘 씹어 먹으면 침이 많이 나옵니다. 침이 음식의 유해물질과 섞이면 암, 성인병 등의 유발을 막아 건강하게 됩니다."
생활습관 병을 앓고 있는 두사람은 많이 씹게 되는 섬유질 식사와 국물이 적은 저염분 식사만으로 치료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4) 기적을 이루는 식사 - 당뇨병과 고혈압을 고쳐내는 채식위주의 식사
지난해 11월, 심성보 선수는 구단 측의 협조를 얻어 연습장에서도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신선한 야채는 따로 신경을 써서 직접 챙겨먹기로 했다. 현미밥과 야채, 거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섬유질이 풍부해 잘 씹지 않으면 삼킬 수가 없는 음식들이라는 점이다.
몸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당분을 최소한으로 유지한 상태에서도 한달 만에 혈당은 점점 정상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었다. (혈당 179 / 중성지방수치 269) 중성지방수치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것은 가능성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었다.
식습관을 변화시킨 지 삼 개월 째, 하늘이 아빠 역시 빠른 몸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 사이 하늘이 아빠의 식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 신선한 야채와 현미잡곡밥 그리고 다양한 자연의 음식들이 준비됐다. 국물과 양념이 가급적 절제되고 자연의 영양소를 최대한 살린 소박한 식탁.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인 염분의 수치가 줄어들고 자연히 씹는 습관까지 늘어났다. 도시락도 한결 간편해졌다. 지난여름 내내 하늘이 아빠는 가족과의 약속을 잘 지켜주었다.
식습관 개선 사 개월 째 하늘이 아빠에게서도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175/91)
5개월만에 혈압은 40이상 떨어져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몇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후 혈압은 다시 20이상 떨어졌다. 불과 6개월 전 집안에 드리워졌던 걱정과 불안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었다.
식생활의 작은 변화와 함께 두 사람이 발견한 희망!
그것은 예견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다만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상태가 치료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시 예전의 생활습관으로 돌아간다면 몸은 항상 나빠질 준비가 되어있다. 그것이 바로 성인병의 본래 보습이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 제3부-
과잉행동장애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통제가 불가능할만큼 지나치게 산만해지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우리나라도 10살 이하의 1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20년 넘게 아이들의 과잉행동장애를 연구하고 치료해 온 미국 페인골드협회는 과잉행동장애의 원인으로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인공첨가물을 주목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이 아이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다. 뉴욕시는 80년대초 803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식품첨가물과 당분의 섭취를 줄인 4년간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식생활 개선 후에 학생들의 전국 성적이 10%나 향상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식품첨가물은 안전검사를 거쳐 매우 적은 양만 사용이 허가된다. 그러나 식품첨가물이 청소년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탄산음료의 소비가 2배로 증가한 79~80년에 학교폭력이 시작되었다는 연구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식품첨가물은 적은 양이라고 제조자들은 말하지만 여러가지 식품을 통해 많이 먹게 되고 그 상승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용이 허가된 식품첨가물은 580종. 양으로 치면 하루에 11g, 즉 티스픈으로 두 스픈 정도를 먹는다. 매일 먹으면 일년에 4kg을 먹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대부분 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들은 몸속에서 이물질로 인식되어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이를 대사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소모시킨다. 문제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지능과 감정을 통제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내조사에서도 비행청소년들은 일반청소년들에 비해 평소 가공식품을 2배 가까이 섭취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팀은 급증하는 청소년범죄의 한 원인으로 식품첨가물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일반청소년은 안전한가?
우리 어린이들의 편중된 식생활 실태와 국내 처음 시도된 현미밥에 채식위주의 학생그룹과 일반학생그룹의 중금속 오염을 비교조사하였다. 서울지역 고교생 151명, 초등학생(서울, 시골) 217명을 대상으로 모발을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채식그룹의 학생은 알루미늄, 납의 기준치를 초과한 학생이 각각 8%, 2%인데 비해 일반학교는 24%, 37%였다. 보다 심각한 것은 초등학생은 서울과 시골지역 모두 70%가 넘는 아이들이 알루미늄 기준치를 초과했다. 수은, 납도 20%가 넘는 아이들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것은 우리의 먹거리 환경이 심각한 수준임을 반증하는 것이고 중금속배출 기능을 가진 섬유질 결핍의 식사에서 기인한다.
현미와 백미에 수은을 넣어 각각 다른 그룹의 쥐에게 먹인 실험결과에서도 현미를 먹인 쥐의 몸에 수은이 훨씬 적게 남아 있었다. 이것은 현미에 많은 섬유질이 중금속과 독소 등을 흡착해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섬유질이 풍부한 미강층이 제거된 백미를 먹고 있다.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던 고교생 4명이 현미밥에 한식 위주의 식생활로 바꾸는데 5개월간 도전했다. 5개월 후, 한달 정도되어 중도 포기한 2명과 5개월을 채운 나머지 2명을 대상으로 다시 모발검사를 통해 비교한 결과, 중도 포기한 2명과 달리 5개월을 채운 2명은 중금속 수치가 떨어지고 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생활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을 즐겨먹던 아이들이 우리의 입맛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의 식생활 교육의 현장을 살펴보자.
미국 버클리 마틴 루터 킹 중학교는 학교주차장을 유기농 밭과 요리실습장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호주의 한 초등학교는 수업시간에 몸에 좋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교육시킨다. 일본의 한 유치원은 씹는 방법을 가르친다. 부드러운 음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씹기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129권의 저서를 썼으며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일본 뇌식학의 대가 오시마 기요시(76세)씨는 음식물을 시간을 들여 충분히 씹는 것이 뇌를 자극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일본 기후대학의 기억력검사 실험도 씹고 난 후 기억력이 훨씬 좋아짐을 보여준다. 치아는 복잡한 신경구조를 통해 뇌와 연결되어 있어 많이 씹을수록 뇌에 더 많은 자극이 전달돼 뇌의 활동이 촉진되는 것이다.
뇌를 단층촬영한 사진에서도 2분간 씹은 후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훨씬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토대학 연구소에서는 씹는 습관이 줄어듬으로써 턱의 골격이 퇴화되어 얼굴형태가 변하고 있고 근시가 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식생활이 다음세대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을 세계 처음으로 정립한 영국 사우스 햄튼대학의 데이비드 바커 교수의 연구를 통해 여성들의 임신 전, 임신 후, 모유수유기간 등 여성들의 식생활 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모유 수유 기간에 엄마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기기도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임신기간 중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잡곡밥에 채식위주의 생활,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새로 태어나는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모유수유율은 10% 남짓. 모든 포유동물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젖을 만든다. 사람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른 소에게는 단백질이 많은 반면, 사람의 젓은 뇌발달에 좋은 유당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7,8세 때 보면 모유를 먹은 아이들의 아이큐(IQ)가 5~8점 정도 높게 나타난다.
미국의 산타클라라 모유은행은 모유먹이기 운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자원자들로부터 기증받아 안전검사를 거쳐 입원으로 엄마와 떨어져있는 아이들이나 조산아 등에게 먹인다. 신체발달이 덜 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모유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모유수유율 10%대인 우리의 현실. 그 뒤에는 아이들을 곧장 신생아실로 옮겨 분유부터 먹이는 병원들의 잘못된 관행이 있다. 일본의 한 조산원에서는 독특한 유방마사지를 개발해 교육시킨다.
세상에 태어나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먹으며 살아왔을까.
편리함과 맛의 유혹을 쫒아 무심코 먹어왔던 음식들은 우리의 두뇌와 행동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우리가 기름진 음식에 탐닉하는 사이 식탁의 저편에서는 환경파괴와 생존의 기본조건을 빼앗긴 다른 생명들의 절규가 있다. 우리의 행복을 위협하는 질병들은 오늘 우리가 먹는 음식과 연결되어 있다. 음식을 씹는 순간부터 배설의 순간까지 먹는 것이 곧 내 마음과 몸을 만드는 것이다. 이땅에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제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먹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시작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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