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률이라는 게 있다. 용어 자체가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라 일반인들은 그것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은 70%라고 한다. 뭐든지 숫자가 크면 좋을 것 같지만 이것은 낮을수록 좋다. 쉽게 말하면 병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항생제를 투여하면 100마리 가운데 70마리가 살아남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은 그 내성률이 30% 정도의 수치를 보인다. 우리는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한 지경이어서 몇 년 전에는 국내외 의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해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을 정도다. 의약분업을 실시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이 항생제 남용을 막자는 것도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병의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투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항생제는 더 큰 문제이다.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축산품에는 항생제가 다량으로 사용된다. 동물이던 식물이던 밀식으로 키우면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쉽게 병에 걸리고 일단 병이 창궐하면 몰살하고 만다. 몇 해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조류독감이 발병하면 그 닭장은 물론 반경 수 킬로미터 안에 있는 다른 닭장의 닭도 도살시킬 정도로 요즘 가축들은 병약하다. 닭뿐만이 아니라, 젖소나 우리가 회로 즐겨먹는 어류들도 항생제로 키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가축들만이 겪는 일은 아니다. 사람도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항생제로 키운 축산물을 지속적으로 먹으면서 항생제 내성률이 자꾸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55%가 가축에 투여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축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미생물들의 거대한 번식처로 변한다. 또한 1960년 당시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미국인 가운데 페니실린이 듣지 않았던 사례가 13%에 불과했던 반면, 1988년에는 그 수치가 90% 이상으로 폭등했다고 한다. 1997년에는 홍콩에 사는 세살짜리 사내아이가 예전에는 발견된 적이 없는 독감균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이 조류독감은 아주 치명적이지만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차츰 늘어나는 변종 박테리아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미신을 비롯해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다.(톰 하트만의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인용)
늘푸른 농장에서 키우는 닭들은 항생제가 든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도 병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환경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일반 양계장처럼 좁은 케이지 안에 꼼짝달싹 못할 정도로 밀식시키지 않는다. 넓은 공간에서 살아가므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건강하다. 또한 바닥에는 산에 지천인 부엽토를 깔아서 닭 배설물이 쌓여도 발효가 되면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오지에 있어서 병이 창궐하더라도 전염이 될 걱정이 전혀 없다. 맑은 공기 맑은 물을 먹고 살면 사람은 물론 닭들도 건강할 수밖에 없다.
일반 양계장에서 먹이는 사료에 포함된 항생제도 문제이지만 빨리 키우려고 ‘성장촉진제’를 알을 많이 낳아라고 ‘산란촉진제’ 와 같은 약물들을 지속적으로 먹인다. 우리가 먹는 이런 공장과 같은 곳에서 낳은 계란은 사실 ‘화’ 덩어리다. 각종 약품이 혼재하고 게다가 건강하지 않은 닭들이 낳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나쁜 ‘기’가 모여 있는 생명 없는 식품을 의식 없이 먹고 있다. 계란 하나라도 생명이 있는, 약물이 들지 않은 걸 먹어야 하는 것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명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 주어야할 당연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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